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아무도 되지는 않으렵니다.
지금은 존재하기에도 너무 초라한 몸
그러나 훗날에도 마찬가지일 게요.
어머님들 아버님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정말 키워 주신 보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려지는 몸입니다.
아무한테도 쓸모없는 신세입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내일이면 너무 늦습니다.
내가 걸친 옷은 이 옷 한 벌뿐
헤어지며 빛이 바랩니다.
영원을 간직하는 옷입니다.
어쩌면 신 앞에서도 지킬 수 있는 영원 입니다.
나한테 남은 것이라고는 이 한 줌 머리카락뿐입니다.
(언제까지나 똑같은 것이지만)
한때는 사랑하는 이의 것이었어요.
이제는 사랑이라고는 모르는 그 사람 이어요.
진짜 이런 기분입니다
부모님이 고생하셔서 키워놨더니 공부 안하고 게임만 하고
요즘 진짜 너무 공허한 기분이 듭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생마저 제가 내뱉은 말에 몇번이고 상처받아서
신뢰를 잃고 서먹해졌어요
자살하고 싶어도 쫄보에 겁쟁이라 못해요
농약을 마시자니 위장이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 것 같고
건물에서 떨어지거나 차에 치여 죽자니 떨어지거나 치이는 순간에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 두려울 것 같고
심지어 게임마저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키만 장대같이 커서 잘하는 것도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쓰고 나니까 좀 후련해지네요
공부 열심히 하고 그 동생이랑도 관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IP : 110.10.154.74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일단 마지막 결론 부분은 반갑습니다. 노력해 봐야겠다고 하니 말이지요. 님 덕분에 저도 좋은 시 한 편을 읽었습니다. 그 시에서는 몸 하나 밖에 없는 공수레 공수거의 삶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님께서는 저 시를 읽으시고 실컷 키워놨더니 공부도 안 하고 게임만 하는 아이로 님과 동일하다고 하셨지만 저는(저에게는 님보다는 나이가 적지만 아이가 있지요) 부모로 부터 인격적으로 독립하여 세상에 나아가려는 건강한 인간을 보는 듯 하답니다. 자신의 존재가 영원을 간직한 옷을 걸쳤으니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지요.
공부도 하기 싫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시들해지거나 과민해 지는 시기라고 생각도 됩니다. 이유가 없이 공허하기도 하고 게임에 빠져 시간을 죽이기도 하고 이유는 모르지만 때로 슬프기도 한 그런 시기이기도 하구요.
님의 고민과 번뇌를 일기장에 적어 두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도 해 보시라 추천드립니다. 절대 자신의 몸을 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리 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