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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3 제 친구가 자주 자해를 합니다.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2017-11-17 23:52 무력한친구 91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많이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막막해 여기에라도 글을 올립니다.



요즘 이 친구가 본인의 거의 유일한 친밀관계인 고등학교 친구들 카톡방에

두세달 간격정도로 손목을 그어 피를 흘리는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모두 걱정하고 그만하고 왜 힘들어하는지 묻고 그랬지만 이런일을 계속하자

그걸로 인해 친구들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고 대부분 제발 좀 그만해라하는 반응입니다.
(아마 본인은 외롭고 힘들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겠지요)

이 친구가 더욱 고립되어 가는게 걱정되고 막막합니다.



일단 이 친구 (A라고 하겠습니다)는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해왔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난 친구라 그 전의 일은 간접적으로 들은 것 뿐이지만

초등학교 때 뚱뚱하다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고학년(5,6학년?) 쯤에

자살시도(세제음독)를 했었다고 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엔 계속 그 후유증으로 고생했지만

마음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원만하게 생활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등학교 때는 친구가 좀 어두운 면이 있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죠.



후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고등학교 근처 동네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자주 만나며 지냈는데 A는 재수를 하게되고 재수 후에도 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를 하고 다시 입학을 하는 등의 일을 거치며

살던 곳인 서울에서 천안쪽으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됐습니다.

저도 그 동안 휴학후 군대를 가고 하며 많은 연락을 못했는데 가끔씩 휴가를 나와 만날 때

A가 전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진걸 알았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인 A는 다시 들어간 학교에서 다른 학우들과 교류를 많이 가지지 못했고

가정에서도 아버지를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안정을 찾지 못한것 같습니다.

그 대신에 온라인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친밀감을 얻고

#특히# 술에 많이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많이 복용하고 있다는걸 대충은 알았지만

거기다 더해서 술을 자주 마시고 (보통 마시면 막걸리로 4,5병을 혼자 집에서 마신다고)

알콜중독에 빠져간다는 건 몰랐기에 알고난 후엔 A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회소통능력이 더 줄어들어 저희 고등학교 동창 외엔 잘 만나지도 않고

극단적인 언행과
( 안좋은 습관을 고치라고 하면 '괜찮아, 좆대로 살다가 뒤지지 뭐 ㅋㅋ' 하면서 대충 넘기고)

열등감이나 불안감을 숨기고 싶었는지 웨이트 운동을 해서 몸을 불린 후 부턴

성격도 다소 난폭해졌구요 ( 술을 마셨을 땐 조절이 더 안되서 과격해 질 때가 더러 있음)



제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A는 이렇게 바뀌었고, 전 군복무중 친구들과

가끔 만나는 것 외엔 전역 후 준비를 하느라 관심을 많이 주지 못했습니다.

전역 후 현재는 친구들은 학교 졸업 준비를하고, 취업을 하고, 시험을 준비하느라

각자 바쁘게 살아가면서 한달에 두어번 만나며 카톡방에서 얘기하는 정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군복무를 공익으로 받기위해 미뤄오던 A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점점 더 고립돼 가는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전에는 A가 힘들어하면 만나서 술을 마시든 게임을 하든 우울증을 달래줄 수 있었지만

다들 바쁘고 힘든 와중에 A가 카톡방에 말을 해도 전처럼 반응을 해주기가

시간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힘들게 된 것이죠.

예민한 성격인 A는 그런 상황을 무시당한다고 생각해 더 괴로워 하는것 같고

그런게 자해행위를 찍어 올리는 일로 벌어지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랬을 때도 위로하고 다독이는 친구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더라도 그 친구가 없을 때

'저 새끼 또 저런다, 진짜 못받아주겠다'면서 힘들다는 친구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A가 또 그렇게 사진을 올리니 한명이 직접적으로

' 너 힘든거 알겠는데 제발 여기다 올리는 일을 좀 하지말아라, 너가 힘들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걸 강제로 보이는 건 아닌거다.' 라며 말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10명 가까이 되는 카톡방인데 나머지는 아마 보고도 다른 말을 안하고 있구요.


저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A에게 전화해서 최대한 위로하며
힘들 땐 그러지말고 나한테 전화를 해서 힘든 얘기를 말해달라고 했지만

제가 최근에 휴학을 하고 시험준비를 하며 야간 알바를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라
저도 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라 전처럼 솔직하게 아픔을 공유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소중한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스스로가 힘들다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힘들어하는

이 상황 자체가 저도 굉장히 괴롭네요...

복잡한 문제지만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되어

여기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닌 걸 알지만 한 번 글을 올려봤습니다.

일단은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하지만 몇 번이고 타일러도

바뀌기 힘들어하는 친구 A에게 저 자신도 점점 지쳐가는 것 같네요....

참 착잡하고 씁쓸합니다...

IP : 110.47.81.34
친구를 위해 도와주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보니 저에게도 위안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주신 내용을 보니 일반적인 '친구 관계'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네요. 이런 사안은 전문가가 맡아도 쉽지 않은 정도로 위험성과 불안정성이 높은 경우입니다.

상식적으로 그런 사진을 올리고서 위로를 받겠다고 하면 원하는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잘 알든 모르든 그런 식으로 원치 않는 사진을 올리면 호응은 커녕 배제됩니다. 지금도 그렇게 해야합니다. 개인을 도와주는 것과 집단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계속 제공하는 것을 참아주는 것은 별개입니다. 친구들이 진심으로 그 친구를 돕게 그런 사진을 올리면 집단 카톡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친구들이 계속 연락하고 꾸준히 돕는게 좋습니다.

도울 때 저희가 흔히 말하는 원칙 하나가 "지치지 말아야 한다"입니다.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치료자이든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여러가지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도우라는 요구를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습니다. 깊이 크게 돕다가 상처 입고 등을 돌리기보다, 평소 소극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만큼만 돕고 대신 길게 갈 수 있는게 좋습니다.

친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친구들이 전문가 노릇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꾸준히 병원과 상담치료를 받도록 돕고 잘 다니고 있는지 효과는 어떠한지 지켜봐주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은 한계가 있습니다. 돕다가 불행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고, 도움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해야할 일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지금에 기대어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 안에서 타인을 돕는 자세입니다.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금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돕는 자세를 유지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친구와 같은 미래 예측이 어려운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충분히 고려하시고, 지금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주세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도움을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제공한 당신은 귀한 사람입니다.

생명의친구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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