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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7 삶의 의미가 없어요... 2017-11-20 18:24 간호학생 107

안녕하세요.

저는 수색대대라는 나름 자부심 있는 부대를 제작년 말에 전역하고 학교에 복학했습니다. 군생활의 자부심을 갖고 학과공부에 열심히 임하니 성적은 잘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마냥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성이 0점이 되었거든요. 친구들이 놀자고 하는거 다 거절하고 공부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시간이 지나며 군기는 사그라들고 자연스레 외로움이 찾아오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저는 항상 외로웠어요. 제가 15살때 여자친구를 사귄 이후로 9년동안 여자에게 몇 번이나 차이기만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연애, 결혼에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사건은 올해 1학기에 정신간호학을 배우면서 시작되었어요. 정신간호학에서 인간의 방어기전, 의사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면서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법도 배우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도 약간 배웠어요. 그래서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있어서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었지요. 그 후에 정신간호학을 배운 그 학기를 마치고 방학이 되었는데 외로움이 몰려왔어요. 삶의 의미도 없고 그냥 자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를 달래고자 정신간호학도 배웠겠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어요. 메신저를 주고 받다 보니 좋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차여차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그동안 내가 연애, 결혼에 대해 가진 비관적인 시각이 잘못되었던 거구나. 인생에서 이런 좋은 경험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그 여자한테서 자신이 바람을 폈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저랑 저쪽 남자 둘 다 헤어질거라고 하더군요. 속상했지만 그 선택을 존중하는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다음날이었나 또 연락이 오더군요. '내가 실수로 저 남자를 만났다. 너랑 헤어지자고 한게 후회가 된다. 나는 아직 너에
대한 감정이 있다. 그런데 저쪽 남자가 집착이 심하다.' 이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저는 '실수라고 하니 인정해 주겠다. 나랑 관계를 지속하고 싶으면 저쪽 남자를 먼저 정리해라. 나도 너랑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라고 말했어요. 그 다음날이 되니깐 이번에는 저쪽 남자랑 사귀기로 했다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어처구니가 없었죠. 저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저쪽 남자는 자기를 원한다는 느낌이 들었데요. 사실 이 여자랑 사귀기 전에 '2년동안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다른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보내줘야 했던적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구요. 제가 오픈채팅에서 이 여자를 만났을 때 이 여자는 남자친구가 없는 척 했어요. 나중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말을 했고 곧 헤어지더군요. 저는 이 여자가 이제 솔로니깐 고백했던거였어요. 알 수 있다시피 이 여자는 그냥 남자를 갈아타는 여자였어요. 제가 정신간호학을 배웠다고 이 지식으로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이렇게 좋은 여자도 얻었다고 잘난척한 만큼 제 자신이 멍청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죠.

스트레스는 받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이 여자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는 것 알아요. 착한여자 나쁜여자 앞 뒤 똥오줌 구별 못한 저의 책임이죠. 본능에 따르는게 나쁜게 아니라는것 알아요. 저에 대한 악의로 그런 것도 아닌거같아요. 근데 있잖아요. 이 여자가 '너랑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그런데 저쪽 남자가 집착이 심하다'라고 말 했을 때 그 남자한테 카톡이 온 사진을 봤어요. 집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몇 시까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에 찾아간다고 하지를 않나... 낮 시간에 문자보내면서 저녁에 찾아간다 하지를 않나... 분명 이성적인 판단도 안되고 낮에도 밤에도 시간이 남아도는 저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인간이었어요. 그런데도 왜 저를 놔두고 저쪽 남자를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더 분한거는요. 저는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어디서 굴려 처 들어온지 모를 새끼랑 이 여자는 즐겁게 연애를 하고 있는거지요. 저는 이 여자가 바람폈다고 했을 때 화도 안내고 그 선택을 존중해 주고, 그 여자가 다시 매달렸을 때 기회도 줬는데, 저 혼자 스트레스
받고 이 여자는 시원하게 다른 사람이랑 연애하고 있네요. 이 여자 집 앞에서 매복해 있다가 그 남자 눈알을 파버리면 속이 시원해 지려나요? 이렇게 제가 당하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저는 항상 당했어요. 저에게 고의로 피해를 끼친 사람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해요. 죽이지 못하더라도 손을 썰어 내거나 눈을 파버리고 싶어요. 왜 그 사람들은 저보다 악하게 사는데 저보다 잘 살까요?

아무튼 지금은 이 여자랑 사귀기 전 심리상태로 돌아왔어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여자랑 사귀기 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들어간 이유가 삶의 무의미함을 달래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삶의 무의미함에다가 이별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네요. 오해는 말아주세요. 이별의 스트레스보다 삶의 무의미함이 저의 자살 생각에 훨씬 영향을 크게 미치니깐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사고나 자살로 죽지 않는 이상 몇 십년 더 살 날들이 약이 아니라 고문이니깐요.

저 지금 미국에 있어요. 그 여자는 한국에 있고. 그게 그 여자가 제가 미국 온지 한달도 안되서 바람을 핀 이유가 되기도 했겠죠. 요점은요. 여기는 사격장으로의 접근이 아주 쉬워요. 사격장에서 직원들이 통제도 안하더군요. 그냥 총알 한발만 들고 가서 돈내서 총 빌리고 장전해서 머리통 날려버리면 되요. 자살하기가 한국보다 훨씬 쉽더군요.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자살 하면 모든게 편해져요. 아주 쉬운 방법이지요. 그 방법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저는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알고 있거든요. 근데 하나님은 왜 자살을 하지 말라면서 자살을 할 상황을 부여하시는걸까요? 저는 왜 제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다 편하게 끝내는 대신 앞으로 몇 십년을 고통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66.172.194.237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황에서 무언가 부정적인 면이 반복된다고 생각하시는 점, 그리고 하나님이 늘 이중적인 의미를 주신다고 느끼는 점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그것이 환경이나 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자기 인식과 관점이 반영되어 있음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인식과 관점의 왜곡을 통해 비교적 무난한 환경도 나쁜 경험처럼 받아들입니다. 이번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한 학기 공부를 통해 인간관계를 배웠습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은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후 경험한 한 번의 경험을 모든 경험의 대표인양 생각합니다. 아, 이건 아닙니다. 첫사랑이 서투르고 그래서 이른바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번 경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헤어집니다. 이래 헤어지든 저래 헤어지든 헤어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것으로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을 잘 파악하는 게 연애의 기본 조건도 아닙니다. 지금처럼 때가 되면 이건 아니다싶은 걸 알게 됩니다. 물론 후회할 수는 있지만 그동안 좋은 마음을 잘 간직하고 빨리 다른 관계로 넘어가면 됩니다. 오래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이전의 관계에 오래 머무르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경험이 중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그 사이 있는 즐거움과 재미와 유쾌함 또한 충분히 만끽하세요. 나중에 인간을 잘 파악하게 되고, 관계의 스킬이 쌓여 능숙해지면 그 땐 사실 인간관계에서 재미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풋풋할 때가 오히려 재미있는 것입니다.

이성관계를 끝낸후 분노감이나 억울함, 복수심을 갖게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결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마음은 자신의 즐거웠던 추억을 모두 나쁜 것으로 취급하게 되어 자기 자신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화를 오래 갖고 있는 자체가 자기 신체에 불편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번 경험을 넘어서서 앞으로도 아픈 사랑 계속 할 수 있기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견디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왠 일로 가 계신가요? 계속 이야기나누고 싶네요.

생명의친구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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