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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94 너무 삶이 불안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져요 2019-02-21 12:58 피망 194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일본에서 구직활동중입니다.
근 4년동안 틈틈이 와서 구직활동을 하고있고, 지금도 1달째 구직중이지만 뜻대로 되지를 않네요.
이력서는 넣을때마다 번번히 떨어지기 일쑤이고, 블랙기업에서 이용당하고 뽑히지 않은적도 있고, 너는 자격이 없다며 심한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기술을 배우기위해 한국에서 일러스트 공부도 했지만 여기서 취직하기엔 역부족임을 너무 뼈저리게 느끼네요.
하지만 한국에서도 똑같이 미래가 없고, 제 형제가 이곳에 있어 저도 정착하길 부모님이 원하십니다.
저도 옛날에는 일본에 정착하는게 꿈이었고, 이곳에 유학생활도 3,4년정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연기전공인 제가 당장 취직을 할수있을리 만무했고, 설상가상으로 집안 형편도 어려워져 부모님은 저와 제동생 두사람 유학생활을 감당하지 못하고 저를 고국에 돌려보내셨구요.
저는 적성에 안맞는 대학생활을 하다 간신히 복학했지만 시기도 좋지않았고 적응도 힘들어 결국 연기쪽으로는 가지 못했습니다.
졸업후에는 아버지로인해 발생한 빚과, 아버지의 복역문제 등을 해결하기위해 시골로 집도 없이 월세방으로 쫒겨나 어머니랑 빚을 갚고 어떻게든 나오려 공장일이며 편의점알바 닥치는대로 했구요.
어떻게든 한일 양쪽으로 취직을 알아보고 일본에 가급적 정착하려 애써보았지만 몇년동안 뜻대로 되지도 않고, 종국에는 제가 연기를 공부한게 잘못이었나 기술을 배웠어야했나 너무 후회가되며 제가 먼저 유학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뒤따라온 동생을 끝까지 밀어주신 부모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끝까지 남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부모님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 지원을 거의 해주시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집안일을 도맡아하며 구직활동, 기술배움까지 해야했구요. 부모님도 직장이 있으시지만 거의 워커홀릭이신데다가 속칭 '꼰대'같은 기질이 너무 강하십니다. 무엇이든 근성으로 이겨내야하며 젊은이들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지요.
저는 정신적으로 많이 좋지 않습니다. 강박증도 오래 앓고있고, 수면장애도 심합니다. 남들의 강박증과는 다르게 불안과 망상이 주된 요소이며, 수면장애도 병원처방된 수면제를 먹어도 푹 잠들지를 못합니다. 이럼에도 타국에와서 점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하다보니 더이상은 어디에도 미련이 없어지고 희망이 없어지고 삶 전체 근간에 불안이 오기시작해서 이제는 내가 살아도 되는가, 이대로 괜찮은가 내가 살 가치가 있는가 너무 고민이됩니다.
자꾸 물에만 보면 빠져죽고싶고, 어디 벽에 매달수있는 곳만 있으면 목을 매달아 죽고싶고 잘못키운 게임캐릭터 지우고 다시만들듯 인생을 다시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런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다 제가 나약해서이고, 어떻게든 이겨내야하고 지금도 한국으로 절대 돌아오지말고 거기서 굶어죽으라고 못을 박으셨습니다. 저는 당장 집값내기도 힘들어 동생에게 의지하고 살고있구요.
정말 마음속 깊은 무언가가 자꾸 흔들리는 느낌때문에 하루하루 눈떠있을 때마다 제대로 발 못디디고 서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정말 딱 5분만 고통스러우면 평생이 편한데 왜 자살을 못할까 계속 망설이고, 이러다가 어느순간 마음이 확 서면 그대로 바다에 빠져죽으러 갈것 같습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나아갈수도 돌아갈수도 없게되었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요.



IP : 125.30.93.162

안녕하세요,

현재 일본에서 정착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계신가 봅니다.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단하실까... 행간을 읽으며 짐작해 봅니다. 앞으로 나아 갈수도 돌아갈 수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에서, 님의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가족을 위해서,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 부단히 애써왔던 시간들이 있었고, 최선이라 생각했던 시간들이었지만 지금은 고단하고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정서적으로 어려움도 갖고 계신 것 같고요. 스스로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을 정도라면, 그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요즘, 그래도 이 곳에 마음을 담아 글을 올려주셨네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현재 한 달 동안 일본에서 머물고 계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머물 예정이실까요?

유학생활 이후 경제적 상황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셨을 때,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그 상황을 버티셨을까요?

님의 여러 상황들이 궁금하지만, 이 두 가지 질문을 드린 이유는,

현재 님의 마음 상태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에서 약물치료를 받으셨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짐작 해 봅니다.

동생은 일본에서 유학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님만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님 스스로 무척 좌절된 상태였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셨던걸까요...

님이 괜찮다고 버텼던 시간들이, 최선을 다한 순간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 순간에 님이 선택한 것들이 결코 헛되다 보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저 님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하루하루가 필요합니다.
그 하루에 대해 평가 내리지 말고, 그 하루하루에 할 수 있는 것, 매일 일어나 씻고, 밥을 챙기고, 해야 할 것들을 그 순간에 하는 것들이요.

그 순간에 님에게 많은 고민과 번뇌와, 절망이 들어차더라도, 그것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날 하루에 해야할 것들을 묵묵히 해 내는 것.

그 시간들 속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 냈음에 반가워하고 스스로에게 격려 해 주는 것.
쉽지 않겠지만, 그런 하루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생명의친구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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