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이자 동시에
삶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의 조각이라도 끌어 모아
생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기에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나면 아무것도 없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누군가가 절 위해 울어준다 한들
어차피 저는 없기에
그 눈물의 깊이를 알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떠나고 저를 그리워할 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유서에 남기는 것도
죽어서는 사과할수 없으니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살아서는 좋은 일 하지 못하여
죽어서라도 선행을 하기위해 장기기증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기증이 이행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선행은 하지 못하나봅니다
사실 그렇게 힘든 삶은 아니었습니다
어두워도 길은 있었고
고민해도 답은 있었으며
외로워도 친구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약했습니다
이겨내기 어려웠습니다 버거웠습니다
오랜 옛 연인에게, 현재 연인에게,
저를 믿고있는 친구들에게, 가족에게,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시간이 약이라 생각하고 꽤 오래 지났습니다
저는 그 속에 빠져 허우적대며 얼을 잃고
소중함을 되새김질 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현재의 저는 그 어떤것도 소중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란것의 의미가 없습니다
살아가는데에 의미가 없습니다
IP : 49.142.29.9
이 세상을 떠나면 아무것도 없을까요?
누구도 확실하게 답하지 못할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적인 견해를 중시하는 사람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고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견해를 중시하는 사람 중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행을 위해 장기기증을 신청하셨다고 했는데 그것이 선행이지요. 나중에 그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아니고가 선행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선한 의도로 결정한 하나의 행위가 선행입니다.
소중한 것을 되새김질하는 법을 잊고 지금은 아무것도 소중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소중하기에 삶이 유지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의미가 없을때 의욕도 저하되는 것이 자연스럽긴 하지만 삶은 의미와 가치와 상관 없이 강물처럼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냥 타성에 젖거나 그저 살아선 안 되겠지요. 그것은 당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미가 없는 사람은 장기기증 서약 이런 거 안 합니다. 나에 대한 희망이 꺾여도 타인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는 당신은 의미를 소중히 지니고 있는 분입니다. 모르지 않으시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