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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0 힘들어서 무감정 무감각하고 싶네요 2023-11-03 22:26 죽일놈 46
안녕하세요
약은 잘 챙겨먹고 있습니다
가을도 끝나가고 겨울이 오는데 마음은 그다지 좋지가 않습니다
저는 센터에 다녀요 2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센터에서 전시회에 갔어요
열사람 정도가 갔으니 전시회를 보고 커피와 음료가 열개가 나왔는데
제가 있는 곳에 음료 열개를 선생님께서 내려놓았어요
사람들이 우르르 음료를 가져가기 위해 제가 있는 자리로 몰렸는데
저는 좀 비껴주던지 해야되는데 그저 우두커니 가로고치는 존재였죠
저도 제가 예전같지 않고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지나고나서보니 내가 왜 그럴까 싶습니다
그냥 좀 비껴주면 되는데 점점 배려가 없어지는 듯도 싶고 그냥 나 살기도 바쁘네요
아니면 우울증이 너무 지나쳐서 제가 어떠한 상황이든지 그저 굳어있는 동상처럼
우두커니 있기 일쑤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 섬세한 사람이고 눈치도 있던 사람인데 그냥 세상만사가 귀찮고
모든게 무뎌집니다 항상 저보다 남이었던 삶에서 이제는 남도 싫고
제 자신도 감당이 안되는 귀찮은 삶입니다

이제는 거울을 봐도 얼굴도 늙었고 형편없어진 삶이 그저 초췌합니다
엊그제는 친아버지 기일입니다 돌아가신지 이년이 되셨네요

오늘은 핸드폰대리점에서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가족할인을 받기 위해서
제 아버지라고 하면서 가족할인을 받았다고 하네요
문자가 와서 핸드폰대리점에 전화를 했더니 직원분이 그렇게 설명하시더군요
이 세상은 사기 세상인가요..?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한참을 엉엉 울었네요
순간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종교를 믿어서인지 지옥가기엔
여태 고생만하고 살아왔는데 지옥가서 또 고생 할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더라구요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말만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자살에 대한 생각은 더 강해졌을거에요 그래도 자살하고싶은데 어디에다
물어보고싶어서 자살예방상담센터에 전화를 했네요

몸이 무거워요 무게가 나가서가 아니라 그냥 무기력해요
얼굴도 갱년기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구요 자주 부아가 치밀어요
어느땐 부아가 치밀어서 너무 참아 암이나 큰병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어머니와는 삼개월동안 말을 안했습니다 앞으로도 안할 것 같아요

저는 밥 외엔 군것질은 안먹습니다 군것질 좋아하지도 않구요
요즘은 밥은 안먹고 군것질로만 배를 채웁니다 당뇨걸릴까봐 무서운데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요 약을 먹어야해서 술도 못먹구요
담배는 원래 안합니다

만일 다리 하나 없는 사람이거나 혹은 조현병이라면
조현병을 택하기보다 다리 하나 없는 사람을 택할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지난 날의 나는 남자친구에게 떳떳했는데
헤어진 후 조현병에 걸린 것은 알지도 못할테지만 만에 하나 알게된다면
헤어졌다할지라도 내가 저런 여자를 왜 만났지 라며 나를 만난 남자친구가
굉장히 창피해하고 자신을 자책할 것 같아요

다리를 다쳤다면 교통사고로 다쳤구나 이해해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조현병은 이해해 줄 수 없는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남자친구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해주려 노력했었습니다
후회없는 마음을 주었지만 그래도 제가 조현병에 걸린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못해줬어도 멀쩡한 여자를 사귈껄 이라는 후회를 남자친구가 할 것 같아요

이런 의견을 같은 조현병인 동성친구에게 말해보았더니
그 친구는 자신의 헤어진 남자친구가 자신이 조현병인 것을 알면
걱정해 줄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참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 사는구나 싶었습니다

자꾸 눈물이 나고 홀어머니와 단둘이 가난하게 살면서
나한테 이 세상을 다 준 것도 어머니였고 가족도 어머니 한분 뿐이었는데
왜 외간남자가 껴들어서
나를 정신불구자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살기가 싫고 정신을 못차리겠습니다

먼저 떠나가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이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생명의친구들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제가 범죄피해 당하고 밖에도 안나가고 세상에 아무도 없이
식물 하나와 5년 동안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 때
이곳에서라도 소통했더라면 조현병엔
안걸렸을텐데 그까짓 자존심이 뭔지
안오겠다고했기 때문에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드는 후회가 조현병은 뇌의 병이기도 하지만
소통구가 막히는 병이라서 소통할 곳이 한곳만 있었어도
발병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시절에 우울증 정도일 때 이 곳 생명의친구들에 와서 소통을 했더라면
조현병까진 안갔을텐데 매일매일 울면서도 이곳에도 안왔었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정말 이곳에만 왔었어도 하면서 지금도 후회가 듭니다
우체부아저씨에게 감사합니다 일년에 그 한마디하고
5년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살았거든요

죄솝합니다 글이 길죠 이만가보겠습니다
비록 조현병에는 걸렸지만 경청해주어 고맙습니다

IP : 39.114.236.51
올려주신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고생하고 계신듯 하네요?
이런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면
차라리 다리 하나가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까요
그 괴로움이 느껴지니 참으로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약은 잘 챙겨 드신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그런데 약의 부작용으로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이신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자신의 옛 모습과 다른 자신이 자꾸 비정상으로 느껴져서
더 속상하고 자신감을 잃기도 하지요.
지금 자신이 눈치가 빨랐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모습 때문에 많이
속상하신 것 같아요.
그러나 약을 계속 잘 드시다 보면 서서히 조금씩 좋아지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혼자서 살아온 기간도 있고 아버님을 잃은 일도 있고
만만치 않은 힘든 시간을 보내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남자친구에게 남편이라고 하고 핸드폰을 개통하게 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놀라고 배신감을 느꼈을까요?
정말 황당하고 절망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 일 때문에 지금 더 우울하고 무기력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네요.
엄마와 둘이 잘 살아 오다가 엄마를 잃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닌지요?
아빠도 안 계신 상황에서 엄마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다고 생각하면
더 외롭고 힘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자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앞뒤가 안 보일 정도로 힘들다고 느낄지라도
살기를 정말 잘 했다는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과 조현병이 비록 심리적으로 힘든 병인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절망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려주신 글을 읽으면서 글의 내용이 일관적이고 정갈함이 느껴져서
아픈 분의 글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힘을 내시고
힘들 때는 언제든지 다시 글을 올려 주셔서 저희와 고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조속한 회복을 함께 기원하겠습니다.

생명의 친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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