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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좋은 분들입니다.
학구열이 심해 논란이 될 정도로 공부에 집착하는 지역에 거주하는데도
성적에 대한 압박이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단 이유로 비난하는 일도 일체 없었습니다.
성적도 나름대로 상위권이 나와 별 문제도 없었습니다.
2년 전까지는 교우관계가 최악이였습니다. 소통할 친구가 없는 건 아니였지만 아마 동정이나 혼자 있는 아이에 대한 배려였겠죠. 그때의 저는 지금 생각만 해도 사회 부적응자같고 지금처럼 바뀌려고 꽤나 노력을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친구관계도 훨씬 넓어졌고, 성격도 밝아졌습니다. 이젠 오히려 제가 혼자 있는 친구를 챙길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모든게 제가 예전에 꿈 꾸던 만큼이나 완벽해요.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너무 불행해요. 전 너무 예민해요. 밝고 활달해졌지만 어떨 때는 작은 소음조차 화가 날 정도로 거슬리고, 어떨 땐 저 아이가 내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역겹게 느껴져요.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하게 돼요.
오늘 일입니다. 분명 오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웃고, 너무 기뻐하며 놀았어요.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제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데 밤이 되고 언니랑 다투었어요. 악기 하나를 학교에 들고 가는 것 때문이였어요. 그리 비싼 악기도 아니고, 주인이 정해진 것도 아니예요. 그런데 제가 악기든 뭐든 건들기만 하면 고장나고 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대체 뭐가 있길래 그러나 생각했고, 그 예시들은 더 어이가 없었어요. 더 싸우는 것도 의미 없다 싶어서 제 방으로 왔고, 짧게 외마디 욕을 했어요. 미친년. 그러니 언니가 들어오더라구요. 방문까지 닫고 혼자 욕을 한게 화가 난 걸까요? 따귀를 떄리더라고요. 머리가 띵했어요. 아팠죠, 그런데 아픔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이가 없었어요. 기분이 더럽고 미칠 것 같았어요. 어머니가 들어와 언니를 밀어냈지만 언니는 제가 우는 걸 보더니 그냥 죽어버리라며 발로 명치를 걷어찼죠. 어머니가 제지했어요. 그런데도 제 속에선 울화통이 터지더라고요. 진짜 언니 말대로 제가 죽어버린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언니가 소리 지르고 저도 눈물을 흘리며 이성이 끊어지는 것 같았어요. 엄마는 언니를 데리고 나간 뒤였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전 제 손톱으로 제 얼굴을 마구 할퀴었더라고요. 거울을 보니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눈물이 범벅되어 있는 건 둘째 치고, 제 눈가, 코 밑, 광대,, 모든 곳을 할퀴어놨어요. 피가 보일 정도로요. 무서웠어요. 내가 왜 이러는지, 생각이 안 들어요. 내가 대체 왜 이랬는지. 그런데 제가 진심으로 역겨웠던 건 제가 얼굴을 할퀼 때 들던 유일한 생각이 시원하다는 거였어요. 막고 막아서 억누르던 숨을 내쉬고 들이마쉬던 것 같았어요. 엄마는 언니를 혼내고, 제게 와서 제가 욕을 했다는 것도 나무라셨어요. 제 잘못이죠. 엄마는 제가 제 자신에게 한 짓에 놀라면서도 힘들어 보이셨어요. 이유에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이런 거였을까요? 저도 때릴 수 있는데, 저도 아프게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힘들어서? 언니에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 스스로에게 그런 걸까요?
이번 일은 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이성적으로도 이해하게 된 계기였어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행복하다 생각하던 삶이었어요.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저도 분노 조절이 안돼요. 전 누굴 때리고 면전에 욕할 용기가 없어요. 절 다치게 하면 몰라도요. 밖에선 참아요. 이 정도는 아니예요. 그저 속으로 끓어오르며 집에 오면 잊어요. 매일 행복하다가도 불행해지고 또 가끔은 사소한 일에도 죽고 싶다 생각했어요. 내일 전 또 웃고 떠들겠죠. 오늘 일은 묻고. 그리고 또 울고 제 스스로를 학대할 날이 올 것만 같아요, 확신이 들어요. 누군가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제 감정과 말 못 할 사실들을 털어놓고 싶었어요.
제 삶에서 제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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