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게 사람이 사는 목적이고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폐만 끼치고 사는 기분입니다.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폐만 끼칩니다. 내가 살고 있는 것보다는 죽는 게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이요.
침대에 누워 있다 보면 그들이 오늘 날 어떤 눈으로 쳐다봤는지가 생각납니다. 안쓰럽고 대하기 귀찮고 경멸스러운 사람. 그게 그들이 저를 보는 인상입니다. 그런 존재는 하나 없어지는 게 더 그들의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을까요. 내가 괴롭고 그들이 불편할 바에야 내가 사라지고 그들이 편해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죽음으로 저 사람들이 슬퍼해 주면 그걸로 기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랑받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괴로워한다는 것 자체가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IP : 1.240.22.28
미현 님,
안녕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미현 님 에게는 삶의 중요한 가치이시군요.
그런데 지금 가족에게 친구에게 폐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시네요. 특히 인터넷에서 만난 지인들
에게요.
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미현님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의 냉담하고 안쓰럽다는 표정에 얼마나 실망하셨을까요. 그 깊은 마음을 내색하거나 생색내지도 않으셨을 텐데요.
스스로 자신에게 책임을 모두 지우려고 하시는 것으로 보면요.
그들이 괴로우면 기쁘겠다는 님 의 마음의 분함이 느껴집니다.
그 마음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적절히 표현해야 하는데,
오히려 혼자 안고 가시겠다고요?
잠시 생각해 보아요.
타인을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괴롭게 하려는 의도로 바뀌어 버린 지점은 어디일까요.
타인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가능하기는 한건가요?
그것에서 사랑과 인정받고 싶은 바람을 채울 있으려면 아마 우리는 탈진해도 부족할 듯합니다.
그 보다, 우선
내가 만족하고 기쁠 수 있는 것.
거기서 시작함이 더 쉬울 것 같아요.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잠시 피하시고, 조금 편하게 기쁨을 채워 가시길 권합니다.
사람도 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