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제친구는 둘다 현재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제 친구의 경우 올해 3월에 제대하여 바로 복학하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칼복학) 인생에 정확한 시기라는게 있겠냐마는 또래 나이에 비해 군대를 꽤 늦게 간 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가 있는데요 그게 바로 장수(장기간 대학 수험생활)입니다.
제 친구가 조금 이상이 높은 친구라 그런지 아니면 제가 모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대학의 네임벨류 즉, 누구나 말하면 아는 그런 명문대에 상당히 집착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20대의 절반을 대학이라는 목표하나에 쏟아 부었는데 안타까운 점은 결국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피폐한 수험생활로 인해 제 친구의 자존감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지고 성격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입니다. 워낙 배려심이 많은 아이라 안그런척 해보려 해도 습관적으로 한숨도 많이 쉬고 눈빛도 예전에 비해 슬퍼보이고 "인생 x같다~"같은 말을 정말 자주 씁니다. 원래 이런 친구가 아니였거든요. 가까이에서 10년가까이 봐온 친구로서 정말 확연히 차이가 많이납니다.
학창시절 제 친구는 정말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배려심이 넘쳐서 남의 말을 정말 잘들어줍니다(리액션을 잘해줍니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평균이상하고 얼굴도 잘생겨서 누가 봐도 참 건강하다 밝다 이런 인상을 주는 친구 였습니다. 눈빛이 정말 또렷해서 쟤는 뭘해도 되겠다 싶은 그런 친구였거든요 오히려 제가 아버지없이 자라서 자신감도 없고 또래와 잘 못어울리는 그런 사람이였는데 이 친구가 학창시절에 절 많이 이끌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군대갔다온 뒤로는 군대때 향수에서 잘 못벗어 난다든지, 눈빛에 힘이없고 허공을 자주 바라본다든지 또 요즘은 체중이 많이 불었고 몸에서 냄세가 나는 등의 자기관리가 부족한 모습때문에 뭔가 자포자기 한다 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재 늦은나이지만 아직 대학교 1학년인데 대학생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말 걱정입니다 벌써부터 편입을 생각중이던데 편입도 뜻대로 못이룰까봐 많이 걱정됩니다. 제가 힘이 많이 되주고 싶은데 방식도 잘 모르고 또 저는 대학운이 정말 좋아서 좋은대학에 오게 된 편인데 위로가 잘 될까 싶기도 하고 오히려 괜히 건드렸다가 상처가 될까봐 제대로 된 속깊은 얘기는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장난 삼아서 대학 자퇴하고 하고싶은거 하라는 식으로 말한적 있고 조금은 진지하게 자퇴하고 사이버 대학교 > 대학원은 어떠냐 아니면 인생 길게보고 여행도 갔다오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게 어떠냐는 말은 한적이 있긴한데 물론 친구도 알고는 있는 것 같지만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점이 많이 두려운 것 같나 봅니다. 어쨌든 저는 정말 어떤 방식으로든 돈이 들어가더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말이죠
제가 너무 과잉해석을 하는 걸까요? 하지만 친구가 놓인 상황을 보자면 저같아도 방황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또 인생을 비관하는 등의 자살의 신호를 보이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고 워낙 속이 깊은 친구라 만약 자살을 하게 된다면 주변인들에게 이런 신호를 눈에 띄게 남길것 같진 않거든요 저희가 걱정할까봐 말이죠
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될까요..? 글이 너무 길었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2.42.43.115
호호님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전달되었습니다. 내게 그런 친구가 있나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호호님이 해준 말이 좋은 말이든 부족한 말이든 중요한건 친구의 마음에 드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냐구요? 친구의 마음에 드는 말이 될 때까지 이말 저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좋은 영향이 될테니 도움이 되는 말이나 격려라면 이것 저것 되는대로 하나씩 하나씩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글을 읽기엔 친구는 대학만 제외하곤 모두 갖고 있는 훌륭한 친구네요. 그 말을 전해주세요. "너는 대학 안 다녀도 너의 성품으로 모든 게 완벽한 친구야. 그래서 유일한 한 가지 부분인 학력에 너가 치중하는 것 같아. 이해는 가지만 그 하나가 다른 완벽한 나머지들을 망가지게 할 정도는 아니기 바란다."라고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유야 어떠하든 우울과 자살충동이 위험한 시기에는 모두 동일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기 자세하게 적지 않겠습니다. 자살예방교육이나 생명지킴이(Gatekeeper) 교육을 받으세요. 그러면 친구에게 보다 충실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진심은 통합니다. 나를 도와줬던 친구, 이제 내가 도와주는 것이지만, 길게 보면 누가 얼마나 도움을 주고 받았는지 상관 없습니다. 친구는 그냥 친구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