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힌다
나는 부모님이 없으면 그냥 시체다. 늙어가는 그들을 보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난 할줄아는게 하나도없다. 이십대 후반이나 됐는데 어른이 되지못했다.
난 부모님을 사랑하고 부모님도 날 사랑하는것같긴한데 놀랍게도 내 자존감을 깎아먹은건
부모님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었다. 못났지만 뭐라도 해보려고 했었다.
모든게 잘 될것만 같았다. 학교도 졸업했으니까 또래와의 비교도 잘난새끼들에게 짓밟히는것도 누군가에게 평가받는것도 다 끝일줄알았다. 정말 다 끝난줄알았다.
남들처럼 잘사는건 어떻게하는건데? 주위사람들은 다 잘났다는데 왜 나만 이모양일까
그 쳐잘난 청춘새끼들은 왜 자기가 이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행복한 사람인척하면서
자기들끼리 누가제일 불행한가 대회를 하는걸까? 왜 내앞에서?
난 태어나서 한번도 누군가를 이겨본적이 없다. 성공해본적도 없다.
뭘 해도 안됐다. 거듭된 입시에 대학은 거의 스무번은 떨어져본것같다.
취업은 뭐 뻔했다. 노력해보라고? 내가 얼마나 노력한지 알기나해?
그럴듯한 결과가없으니까 아무도 모르겠지..뭐 상관없다 이제..
알아달라고 발악하는것도 쪽팔리다.
하나만 물어보고싶은데 자살이 왜 나빠요? 왜 굳이 이겨내야되나요?
저는 지금은 안죽을거지만 이렇게 살다가 자살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것같아요.
나같이 못난새끼는 사는게 더 힘든데 왜 죽지말라고 하는건가요?
IP : 119.194.76.180
ㅇㅇ님, 남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문자로 ㅇㅇ 이라고 적으면 "응" 이라는 긍정 대답대신 적는 것이 되죠? 모음까지 입력하기 귀찮으니까 단축하는 셈이겠죠. 확실히 세상은 빨라지고 그래도 과정을 생략하거나 단축하지 않으면 뒤따라가기 힘겨운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면 죽어야 하나요? 만약 아니라고 대답하신다면 마지막 질문에 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는 것이 힘들다, 나는 못났다, 이게 나의 본질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게 나 내 탓인가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죽어야 할 존재는 아닙니다.
물론 스스로 괴로우니 더 이상 이렇게 유지하기가 싫어서, 비록 살아야 할 가치는 있다고 해도 스스로 그렇게 지속하기 싫다는 심정을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렇게 하고 계신 거지요.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해보고자 저도 글을 읽고 이렇게 반응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이해가 가면서도 염려가 됩니다. 주위 사람들을 잘난새끼라고 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누군가를 이겨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나 외의 모든 이를 잘났다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그리고 매사를 경쟁이나 싸움으로 여기지도 않으시겠죠. 하지만 좀 더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됩니다. 이것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의 결과이기도 하고 너무 억울하고 화만 남아서 그렇게 표현되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 상태가 스스로를 해칩니다. 죽고 싶다는 감정이 실패감에 의해서이기도 하지만 분명 이러한 분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스스로 낮출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글은 지금의 특정 부분만 표현되기 때문에 ㅇㅇ님의 긍정적인 표현을 적을 기회가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적어보면 어떨까요? 기쁨과 슬픔이 마주할 때 선과 악이 마주할 때 새로운 관점과 방향이 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ㅇㅇ님의 글 안에서 이 두 부분이 마주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글을 읽을 때 그러한 두 측면을 가장 강렬하게 가지고 있는 대상은 부모님으로 보입니다. 뒤에서는 부모님 얘기가 없습니다. 서두의 부모님 얘기를 진행하지 않으셨습니다. 부모님의 얘기를 이어가는 것에 부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못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니까 서두에 적으셨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엔 부모님 얘기를 좀 더 해주세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 모두요. 서로 조화롭지 못하거나 모순되어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도 안 되고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생각이나 감정을 같이 짊어지고 삽니다. 하나도 어색한 게 아닙니다. 공개적인 글이 부담되면 비공개 상담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제가 처음에 새끼라는 단어를 언급했는데, 마지막에 자신을 '새끼'라고 부르셨고 타인들의 수식어와 정반대인 '못난' 새끼라고 적으셨습니다. 저쪽이나 나나 '새끼'가 됩니다. 그러면 잘났으나 못났으나 모두 부정적인 감정으로 칠해집니다. 확실히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습니다.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긍정적인 표현도 같이 해주시라는 부탁입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자기 시선에게 해주어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