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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이버상담실 > 공개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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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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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0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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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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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석사과정 밟고있는 한 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사교성이 없고 부모님 싸우는 것만 보면서 늘 우울했었는데요,
대학 진학해서 과활동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면서 거의 혼자 지내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운동도 안 해서 멸치 같은 몸에다가 옷차림도 한달 내내 같은 옷만 입습니다.
고등학교 동기들이 맨날 톡하는 방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말하는 게 무서워서 계속 잠수타고 있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시커먼 우울감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울고 싶은데 눈물도 잘 나지 않아서,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어떻게 그 때만 버티면 금방 괜찮아지니까요.
살아갈 기운이 나질 않습니다. 정말로 혼자 사는 기분이에요. 다들 미래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데 너무 부럽습니다. 안정된 직장이나 화목한 가족 같은 거,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숙사 방에 홀로 남아서 전선 꼬면서, 내가 없어져도 한 일주일간은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맥주 마시면서 정신나간 듯이 게임하고, 하루종일 샤워하면서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보려고도 하지만 금새 모든 게 허무해집니다.
너무 오래 전부터 이런 상태라서 이 기분이 마치 제 성격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우울증 치료하면 의욕이 생겨난다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까지 느낀 이 모든 고통과 슬픔이 그저 약 한 번이면 나았을 무의미한 기분이라는 걸까요? 갑자기 삶의 의미가 생긴다고 하면, 지금까지 흘려보내 버린 시간들이 너무 한심스러울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IP : 210.107.12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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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표현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다가와서 여러번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선뜻 상담글을 적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 현재 느끼고 계시는 고통과 슬픔을 제가 극히 일부나마 전해받았나봅니다. 마음이 많이 무겁고 겁이 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싸움이 잦은 부모 사이를 겪어야하고, 밖에서는 사람들과 다가가는 법을 잘 몰라서 어울리기가 어렵고,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그 시절이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하나하나 다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오늘 이 자리에 오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견디고 또 버텨내셨을까요.
지금 경험하고 계시는 감정들, 감각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시커먼 우울감, 울고 싶어도 눈물도 잘 나지 않는 당황스러움, 직장, 가족,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는 막막함,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허무함... 아마 이제껏 생존해오시느라 미처 돌보고 살피지 못했던 내 것이겠지요. 괜찮아지려고 버티는 동안 바라보고 알아주지 못했던 내 마음이고 나 자신일 것입니다.
그동안 홀로 외롭게 버텨오셨는데,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저희 생명의 친구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들려주셨네요.
더 이상 나를 내버려두지 않고 나를 돕고 살피겠다는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외롭게 혼자 견디게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에 내방하여 치료를 받으신다면 약 처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약을 먹고 기분이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저절로, 내 상태가 별 것이 아니라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이상 나를 홀로 참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돕기로 결정하고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복용하도록 해주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라고 하셨는데, 교내에 학생상담센터가 있다면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간 견디느라 살피지 못했던 내 마음과 이야기들을 지금 바라보고 돌보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고통과 슬픔을 느껴온 나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안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나와 화해하고, 견디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로 살 수 있는 의미도 발견하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상담소나 병원에 방문하시기 전에 이야기 나눌 곳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글 올려주세요.
그 과정을 생명의 친구들이 함께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명의 친구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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