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싸우는 부모와 나를 무시하던 오빠
잊을 수 없이 상처 준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 났어요
아무튼 콩가루같은 집에서 자란 저는 정말 내성적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6학년에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고 중1~고3때까지 반에서 은따였습니다
제 기억에서 그 부분이 지워졌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솔직히 엄마한테 말할까도 많이 고민했어요 근데 못하겠더라구요
엄마가 걱정할까봐 그거 하나 때문에... 겨우 그거 하나때문에 입이 안 떨어졌어요
매일 하교시간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비참한 거에요
오늘도 버텼구나 이 생각밖엔 안 들고 학교도 정말 가기 싫었는데...
그 때마다 제 모습이 싫어서 몰래 울었고 밤마다 가출할까 자살할까 자살하면 아플까 정말 딱 오늘만 버티고 내일 새벽에 짐을 쌀까
수도 없이 고민했어요 결국 겁쟁이라 계획만 하고 실행은 못하고요
잘때도 아무도 몰래 우느라 이제는 소리 없이 울 줄도 알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건 그거에요 제가 점심시간 전에 책상에 그림을 그려놓고 몰래 책으로 덮어뒀는데
밥을 먹고 오니 제 책상에는 그림이 지워져있고 제 이름과 함께 죽으라는 말이 써져있었어요
지우개 가루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었고 ㅇㅇㅇ 죽어 그 밑에는 다른 애들도 함께 쓴듯 다른 글씨체로 ㅇㅇㅇ 죽어라
하고 밑줄이 그어져있더라구요 그 때 전 보자마자 너무 놀라고 심장 뛰었었어요 눈물도 났구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전 만만한 죄밖에 없었거든요
그 때가 14살 중1이었어요
몇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아서 괴로운 기억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아직도 눈에 생생해요 그 기억들이...
오늘따라 살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냥 이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어서 글 올려요
누구라도 좋으니까 저를 좀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젠 어른이라 투정부릴 데도 더 이상 없어졌으니까요...
이런 것도 눈물이 줄줄 나네요 쓰다가 또 울었어요 ㅎㅎ
힘들어서 위로받고싶은것도 제 이기심인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젠 그냥 다 모르겠어요...
IP : 14.41.111.234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인 것을 보면서 님의 마음에 맺힌 것이 참 많겠구나 하고 직감했습니다.
정말 힘든 시간들을 버텨오셨네요.
사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많이 슬프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누군가가 내가 그린 그림을 지우개로 싹 지우고 거기에 죽으라는 글을 써놨다면 정말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을 버텨내면서도 엄마에게도 아무 말 못하고 그 아픔을 혼자 삭이며 매일 아침 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겼던 님의 용기와 인내심에 박수를 쳐 주고 싶어요. 사실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아요. 다수의 힘속에 숨어서 비겁하게 님을 괴롭혔던 친구들 중 그 누구도 님과 같은 상황을 견뎌낼 용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님은 이 상황을 그냥 견디고 만 자신을 겁쟁이라고 했지만, 글쎄요... 제가 보기엔 님은 겁쟁이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때문에 누군가 아플까봐 자신의 아픔을 견뎌낸 희생을 했던 사람이구요, 찬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이어갔던 강단이 있는 사람입니다.
님에게 우울한 감정이 클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숨겨져 있는 큰 에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혼자 잘 버텨왔을 것 같아요.
그런데, 혼자서 계속 버티기는 힘들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을까요?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서 님의 숨겨진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과거의 시간에서 그만 슬퍼하고 아파해도 될 것 같아요.
이미 충분히 아파했어요. 그렇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