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님, 안녕하세요?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후, 텅빈 집에 혼자 계시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정학님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마음을 어지럽혔을지 감히 상상이 됩니다. 혼자서 멍하니 망연자실하던 와중에 자살을 떠올리고 그러다가 저희에게까지 오시게 되었구요. 힘든 순간에 이렇게라도 정학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늘 아프고 허전한 법인데 더구나 한창 재롱부리고 예쁜 짓하던 어린 자녀들까지 못보셔서 더욱 괴로움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정학님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내게 닥쳤을까 하는 생각이 드신다고 하셨어요. 맞아요. 충분히 그런 생각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육아 스트레스와 부족한 남편때문에 아내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구요. 처음에 아내를 만난 뒤 곧 아이가 태어나고 연년생으로 2명의 자녀를 키우는 동안 두 남녀가 부부로 서로 맞춰가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습니다. 정학님께서 스스로 부족한 남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혹시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아내도 많이 힘들었겠죠..’라고 하셨는데 혹시 이전에 아내분께 “당신도 많이 힘들었겠다”고 직접 말로 표현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흔히들 ‘그런걸 굳이 말로 해야 아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미안하거나 고맙거나 하는 감정을 아내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말했을 때 관계가 훨씬 개선되기도 합니다.
일단 지금은 정학님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단지 육아 스트레스와 부족한 남편 때문에 힘들다고 해서 모든 아내들이 외도를 하지는 않습니다. 외도라는 드러난 결과 이전에 이미 부부 관계에서 쌓이고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아내분과 대화를 해보시고 관계개선을 원하신다면 부부 상담을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재결합이던 이혼이던 어떤 선택을 하시게 될지는 모르지만, 임시방편으로 서둘러 봉합하듯이 하는 재결합도 좋은 방법은 아니고,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서로 원수같이 헤어지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으니 부부 상담을 통해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